우당탕탕 여우의 일상툰

여우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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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2026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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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몸의 작은 변화도 세상이 뒤집히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목욕을 좋아하던 아기여우가 손끝의 변화를 보고 자신이 갑자기 할머니가 됐다고 믿어버린, 귀엽고도 진지한 어린 시절의 해프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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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목욕 시간을 좋아했어요.

평소처럼 엄마 아빠가 목욕 전에 욕조에 물을 받아주고 있었어요. "목욕타임 할래~?" 하고 물으면 늘 좋다고 대답했죠. 아빠가 받아준 물에 들어가는 시간도 좋아했어요. 욕조에 물이 차오르는 소리만 들어도 신이 나곤 했거든요.

샤워캡도 좋아했어요. 샴푸가 눈에 들어가지 않게 쓰는 평범한 샤워캡이었는데 늘 우주선 모자라고 불렀어요. 우주선 모자를 쓰고 욕조에 들어가면 괜히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욕조 안에서 물장구를 치고 장난감을 띄우면서 한참 놀았어요.

그러다 손을 봤는데 손끝이 처음 보는 모양으로 쪼글쪼글해져 있는 거예요. 지금이야 물에 오래 있으면 손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때는 몰랐어요.

쪼글쪼글한 손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하나였어요. 아 나 할머니 됐구나. 조금 전까지 즐겁던 목욕 시간이 바로 다른 분위기가 됐죠.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고 엄마 아빠는 무슨 일이냐며 달려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고 귀여운 오해예요. 그때는 진지했지만요. 어릴 때는 몸의 작은 변화 하나도 크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알지 못하는 일은 금방 상상이 되고 그 상상은 금방 진짜가 되기도 하고요.

아직도 그날이 또렷하게 기억나요. 우주선 모자를 쓰고 놀다가 손끝을 보고 세상이 끝난 줄 알았던 날.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믿었던 순간이었어요.